한로 / 寒露
가을이 시작되는 추분(秋分)과 가을의 끝자락에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사이에 위치하여 공기가 차가워지며 찬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로 양력 10월 8일 경이다.
한(寒) 자를 보면 집(갓머리:家) 안에 보온을 위하여 풀(艸)을 여러 겹 깔아놓은 아래로 살얼음(氷)같은 찬 기운(寒氣)이 느껴진다는 뜻이고, 로(露) 자는 땅(路) 위에 이슬(雨)이 맺힌 형상을 나타낸 글자다.
24절기(節氣) 중 이슬 로(露)가 들어있는 절기는 '백로(白露)'와 '한로(寒露)'가 있는데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백로의 이슬은 더위를 막 지난 시기로 이때의 이슬은 풀잎에 맺혀 해가 뜨면 바로 사라지고, 한로의 이슬은 길가의 풀잎은 물론이고 도로의 흙과 자갈에 굵은 이슬이 맺혀 해가 떠도 바로 사라지지않고(증발) 물이 되어 풀과 길을 촉촉히 적시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을 보면 한로는 추수를 서두르며 타작을 하는 바쁜 시기라 하였다.
이에 따라 농사와 관련된 속담도 많아 '한로 상강에 같보리 간다'는 이 시기가 보리 파종에 알맞는 시기라 하였고, '한로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속담은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비가 오면 땅이 촉촉해져 이듬해 농사가 잘 될 것이라는 의미이고, '한로에 서리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하여 이른 서리로 인하여 보리같은 겨울 작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로와 가까운 시기에 맞는 중양절(重陽節)은 음력 9월 9일로 홀수가 겹치는 날, 양기가 치솟아 복이 들어온다하여 정월 초하루, 오월 단오, 칠월 칠석과 함께 주요 세시(歲時) 명절로 삼았다.
세종대왕은 중양절을 맞아 신하들에게 막걸리를 하사하여 잔치를 열어 위로를 하였다. (세종실록. 1429)
이 시기 속담으로 한로가 지나면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간다'라 하고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또, '가을 곡식은 찬 이슬 먹고 영근다'는 속담과 같이 가을 이슬에 들판의 곡식들이 단단하게 여물고, 뒷산의 밤 대추도 육질이 단단지해고 단맛이 오르는 계절이다.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풍요로운 이 시기 갓 찧어 윤기가 흐르는 햅쌀밥이 얼마나 맛이 있으면 새우젓 계란찌개에 고춧잎 장아찌를 얹어 먹다보면 어느새 밥이 태반이나 부족하다고 정학유(丁學遊)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이렇게 읊었다.
이 시기 옛 사람들은 국화를 따 술을 담가 마시거나, 국화전과 유자화채 밤단지를 시절 음식으로 먹었다.
'국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납작하게 빚어 국화잎을 올려 기름에 부친 음식이고, '밤단지'는 찐 찹살가루 치댄 후 삶은 밤을 체에 내린 고물을 소로 넣거나 겉에 묻혀 먹는 음식이다.
明나라 이시진(李時珍)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은 병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수집하여 약효를 연구 기록한 문헌이다.
이 '본초강목'에 가을 들판 황금빛 같은 누런 살이 통통히 오른 미꾸라지(鰍魚)가 양기를 돋우는 보양식으로 맛이 있다 권하였다. 제철 과일로는 사과 배가 으뜸이다.
이 시기 인사말로는
'찬이슬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건강하시고 풍성한 수확 을 바랍니다.'
'가을 곡식이 영그는 계절과 같이 하시는 사업에 풍성한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등의 결실과 수확을 바라는 인사를 하였다.
이 무렵 산에 올라 잘 익은 산수유(山茱萸)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수유의 붉은색이 악귀를 쫒아준다(壁邪)하였다. 산수유와 함께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단풍가절(丹楓佳節)을 맞아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연인들끼리 어깨를 마주하고 예쁜 단풍 속에 사랑의 결실을 맺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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